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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용기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변호사 - 김예원 변호사님

십 년 넘에 장애인, 아동, 여성 등 특히 취약한 상황에서 범죄와 인권 침해 피해자를 무료로 법률 지원하는 공익 변호사로 일하는 김예원 변호사님을 소개합니다.
한 사람이 용기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변호사 - 김예원 변호사님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런 사람들과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이야기. weworship 인터뷰 컨텐츠의 두 번째 주인공은 장애인권법센터에서 장애인, 학대 피해 아동, 취약한 상황의 여성 피해자들을 변호하는 김예원 변호사님입니다.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장애인권법센터의 대표이자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김예원입니다. 십 년 넘게 장애인, 아동, 여성 등 특히 취약한 상황에서 범죄와 인권 침해 피해자를 무료로 법률 지원하는 공익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복지사, 성폭력 전문 상담원, 작가 및 칼럼니스트, 연구자이자 활동가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인권 변호사가 되기까지의 과정

변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

태어날 때 의료사고로 한눈을 잃게 되었고, 그 이유를 중학생이 돼서야 알게 된 이후 세상에는 억울한 일이 많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법을 통해 조금이나마 사회를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사회를 바꿀 방법이 많겠지만, 법을 통해 바꾸기로 한 계기는 기본적으로 성향이 잘 맞았던 게 큰 것 같습니다. 이게 아니다 싶은 게 있다면 계속 토론하고 좋은 방향으로 바꿔가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또 법이라는 언어를 좋아했던 것도 있습니다. 공부가 안될 때는 법조문을 읽기도 했을 정도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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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원 변호사님의 커리어:

법학 전공 -> 사법시험 합격 -> 사법연수원 수료 -> 공익재단법인 동천의 공익 변호사 ->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 -> 장애인권법센터 대표

장애인권법센터를 설립한 이유

법학을 전공하고 사법시험 합격 후 쭉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법연수원 시절 여러 계기로 변호사의 공익 활동에 대해 깊이 있게 알게 되었습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법무법인 태평양이 설립한 공익재단법인 동천에서 공익변호사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2년 후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로 옮겨 3년간 더 현장 밀접 법률지원을 하다가 2017년부터 장애인권법센터라는 비영리 법률사무소를 설립하여 장애, 여성, 아동, 극빈 상황의 매우 취약한 범죄피해자를 위한 법률지원 및 인권옹호 활동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일했던 공익재단법인이나 장애인인권센터를 나와 직접 설립하게 된 것도 결국 제 성향과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제가 생각하기에 더 지원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건을 선택하고 싶었습니다. 사회적으로 보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건일 수 있지만, 피해자의 상황이나 마음을 고려했을 때 꼭 도와주고 싶은 사건을 선택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혼자서 일하는 이유

현재 직원 없이 혼자 일하고 있고, 사건마다 장애인 성폭력 상담소, 복지관, 구청 등 여러 기관에서 연결된 분들의 도움을 받아 일하고 있습니다.

물론 도와주는 팀원이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합니다. 후원받아서 팀을 뽑아 미디어팀을 만들어 컨텐츠를 만든다거나, 규모를 키워 시스템을 만드는 등 여러 가지 할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아요.

하지만 결국 이렇게 되면 돈이랑 연결되고, 그럼 영리적인 목적의 무언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깁니다. 하지만, 제가 하려는 일의 근본은 비영리에 있고, 이것에 조금의 방해가 없어야 제가 하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김예원 변호사님이 생각하는 변호사란?

저는 변호사로 일할 때 관계를 엮는 사람으로 일하길 원합니다. 고립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범죄 피해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이 사람의 안녕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경우 상대적으로 범죄 노출이 적은 거죠.

피해자분들과 상호작용을 자연스럽게 많이 하고 있는데, 피해자분과 만나는 시간을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고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해 소모하지 않습니다. 피해자분이 오랜만에 느끼는 친밀한 감정, 내가 이해받을 수 있다는 감정이 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게 결국 사람이 앞으로 살아가는 것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의 장점은 누군가의 편에 서서 옹호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사람이 남은 인생을 용기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죠.

그래서 변호사 하면서 가장 듣기 좋았던 말은 "변호사님은 정말 제 편인 것 같아서요"라는 말입니다.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을 바라봐 주려는 저의 노력이 통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크리스천 변호사로서 가장 고민이 되거나 어려울 때

태생적인 소수성이나 취약함 때문에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는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기에 공평하신 하나님이나 공의의 하나님에 대해서 간혹 시험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하나의 과정에 개입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통해 회복되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한 번은 목사라고 자칭하며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돌본다는 이유로 외부의 막대한 후원금을 받아 자녀들은 해외의 유명 사립학교에 보내고, 그리고 십 년이 넘도록 자신이 통제하던 미신고시설의 아이들에게 성폭력을 가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때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가장 심각한 피해를 겪은 미선을 이용해 다른 피해자들에게 피해를 잘 배상했다는 확인서에 서명을 받아오게 했습니다.

그 자칭 목사는 재판에서 가장 불쌍한 척을 하며 뒤에서는 피해자들을 이용해 형량을 줄이려고 했고, 저는 몹시 화가 나서 이 사건에 물불 가리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피고인은 1심에서 받은 징역형보다 더 높은 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그리고 피고인이 시킨 대로 다른 피해자들에게 확인서를 받은 자신을 미워하고 있던 미선의 마음속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헤어진 미선에게 몇 개월 뒤 연락이 왔다. 직장을 잡고 첫 월급을 받았다고. 그리고 얼마 전 확인서에 서명해 주었던 동생 한 명과 연락이 닿아 정말 미안하다는 마음을 전했다고. 미선은 살아나고 있었다. 자기 입으로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숨을 쉬고 있었다. 시간을 다퉈야 하는 일일수록 숨을 고르는 것이 중요함을 잘 알면서도 잘 실천하지 못하는 나는 미선을 보며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느리게 가는 시간을 견디는 것이 때로는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힘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다시 알게 해준 미선의 안녕을 기원한다.

상처가 될 줄 몰랐다는 말 (pg. 70-71)

하나님의 말씀대로 김예원 변호사님이 일하는 방법

1. Strive For Excellence

주변에서 저에게 "예원스럽다"라는 이야기할 때가 있어요. 그 의미는 사건을 지원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통상적인 수준까지만 해도 충분한데 저는 그 이상을 하려 할 때가 많다는 것 같습니다.

한번은 만삭의 몸으로 어느 회의에 갔는데, 남산만 한 배를 보고 어떤 분이 "예정일이 언제에요?"라고 물었어요. 그래서 솔직하고 무심하게 "내일이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하, 진짜 우리 편이라 너무 다행인 사람이야"라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러더니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저를 위한 새로운 형용사를 만들어야 한다며 결국 "예원스럽다"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게 된 것 같습니다.

예원스럽게 사는 이유는 사건을 통해 만나는 피해자분들의 일이 마치 저의 일처럼 느끼고 있기 때문에, 어쩔 때는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죠.

'예원스럽게' 사는 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재미있는 일, 신나는 일을 하니 자연스레 그런 일상이 이어진다. 사건을 통해 만나는 피해자들은 그냥 거쳐 가는 누군가가 아니라 같은 시간을 살아내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에게 중요한 일은 나에게도 중요한 일이 된다. 그래서 어쩔 때는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한다.

상처가 될 줄 몰랐다는 말 (p.20)

2. Restore - 한 사람의 영혼의 회복

저는 변호를 할 때 단순히 재판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닌 피해자분들 한 사람, 한 사람, 그 사람의 영혼의 회복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던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억울한 사람들의 처지를 이해하는 것, 그 마음을 궁금해하고 알아주는 것, 그리고 그 사람들과 함께 싸워주려고 합니다.

또 중요한 것은 제 중심에서 회복을 정의하거나 판단하는 것이 아닌 그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기쁘고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변호사라고, 유사한 사건의 경험이 많다고, 법 지식이 비법률가보다 많다고 '나만 믿고 따라와' 식으로 일하는 것을 조심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같은 경험이라도 다르게 받아들이고,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필요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결사가 아닌 동행자로서, 옹호자로서 도와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번은 어릴 때부터 지적 장애를 갖고 살아온 여성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분 가족들의 인식에도 "왜 태어났니?"라는 게 있었어요. 그분을 만나 이야기하고 알아가면서 이분이 반려동물 케어를 정말 잘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자기가 컨디션이 좋지 않더라도 반려동물을 정말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걸 봤어요. 제 생각에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고, 그 이야기를 그분에게 나눴습니다. 그분은 40년 동안 살면서 이거에 대해 칭찬받은게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한 영혼의 회복은 정말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누군가를 만났을 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아주 작은 것이나 사소한 것에 집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3. Restore - 본래의 모습대로 차별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

또 변호사로서 일하면서 회복하고자 하는 건 본래의 모습대로 차별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직접적인 차별뿐만 아니라 간접적 차별이나, 정당한 편의를 거절당하는 경우가 없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시위가 한창일 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방송됐는데요. 전장연을 대하는 태도와 우영우를 대하는 태도가 정말 다르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권리를 인정한다는 것은, 저 사람이 저걸 하는 이유는 저 사람이 있는 모습 그대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하다는 걸 용인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하면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불편할 수 있고, 짜증이 날 수도 있습니다.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면 카페에 갔는데, 내 앞에서 한국말을 못 하는 외국인이 주문하는 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빨리 커피를 주문해서 다음 약속을 가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조금 짜증이 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외국인에게 뭐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그 사람이 소비자로서 권리가 있다는 것을 내가 알고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우영우같이 이쁘고 귀여운, 천재적인 사람은 호의로 잘해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신기하기도 하니까 친하게 지내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내 출근길이 10분 이상 늦어진다는 건 절대 용서할 수 없는 거죠.

일을 하다 보면 어떤 때는 정말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깁니다. 하지만 한순간에 모든 게 바뀌기도 합니다. 그래서 왜 그런가 하고 들여다보면 결국 저 사람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아닌 호의로, 단순히 이뻐서 봐준 상황이었던 거죠.

이런 부분 때문에 요즘에는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변호사로서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기 위한 기도 제목이 있다면 나눠주세요!

우선 이 일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도 제가 만나고 소통하는 사람들과 넉넉히 연대할 수 있는 마음을 주세요.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과정 중에 개입하시는 하나님을 잘 분별하며 제 생각을 앞세우지 않고 일할 수 있게 해주세요.


Reference